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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군란은 부패에서 발단했다. (1)

기사승인 2020.11.17  14: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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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 6년째인 1882년 6월에 임오군란(壬午軍亂)이 일어났다. 임오군란은 부패에서 발단했다. 민씨 척족 실세인 선혜청 당상 겸 병조판서 민겸호의 심복인 창고지기가 군졸에게 줄 쌀에 농간을 부린 탓이었다.

6월 5일에 선혜청 도봉소(都捧所) 앞에는 훈련도감 군졸들이 쌀을 받기 위해 창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봉급이 13개월분이나 밀린 상태에서 1개월분을 쌀로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쌀을 받은 군졸들은 기절초풍하였다. 겨와 모래가 반이나 섞였을 뿐만 아니라, 그 양도 크게 모자랐다. 민겸호의 심복 창고지기가 장난을 친 것이다.

군졸들이 강하게 따지자, 창고지기는 “싫으면 관두라.”고 대꾸했다. 이러자 포수(砲手) 김춘영·유복만 등과 창고지기 간에 시비가 격렬해졌고, 다른 군졸까지 가세하여 도봉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들은 창고지기를 두들겨 패고 건물에 돌을 던졌다.

더욱이 훈련도감 군졸들은 1881년에 신식 군대 별기군이 창설되면서 5군영이 무위영·장어영 2영으로 축소되어 실직 상태에 있었는데, 별기군과 무위영·장어영 군인들은 제 때에 급료를 받았으나, 구식 군졸은 13개월이나 봉급을 못 받고 있었다. 임금체불과 차별대우가 겹친 것이다.

그런데 민왕후(1897년에 명성황후로 추존) 오빠 민겸호는 심복인 창고지기가 두들겨 맞았다는 보고를 받자 즉시 김춘영·유복만 등 주동자 4명을 잡아들여 포도청에 가두었고, 혹독한 고문을 가했다. 게다가 군졸 2명은 처형당한다는 소문이 군졸들이 많이 사는 왕십리에 널리 퍼졌다.

이러자 김춘영의 아버지 김장손과 유복만의 동생 유춘만이 중심이 되어 군병의 결집을 호소하는 통문을 돌렸다. 통문 내용은 잡혀간 군졸 4명의 석방을 위해 9일 아침에 동별영(東別營)으로 모이자는 것이었다. 통문은 왕십리와 신촌 그리고 청파동과 이태원까지 널리 퍼졌고, 하급 지휘관들과 군졸들 그리고 왕십리 일대 거주민들이 크게 호응하였다.

당시 왕십리 일대의 거주자들은 하층민으로써 민씨 정권 아래 각종 수탈을 당했을 뿐 아니라, 1876년 개항 이후 미곡 수출로 말미암은 쌀값 폭등 등으로 살기가 너무 어려워 불만이 가득했다.

더구나 6월 8일에는 전 영의정 이최응(대원군의 친형)이 별파진(別破陣)을 동원하여 군인들을 진압할 것을 고종에게 건의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하급 군졸들은 더욱 격분하였다.
격분한 군졸들은 분노하여 칼을 뽑아 땅을 치고 말했다.

“굶어 죽은 것이나 법에 따라 처형당하는 것이나 죽기는 마찬가지다. 차라리 죽일 놈을 죽여서 우리의 억울함을 풀겠다.”

6월 9일 아침에 동별영에는 훈련도감 군졸들이 많이 모였다. 이들은 먼저 무위대장 이경하를 찾아가 구속된 군인들의 석방을 탄원했다. 하지만 이경하는 민겸호에게 직접 호소하라고 회피했다.

책임 회피한 이경하에 실망한 군졸들은 안국동에 있는 민겸호 집으로 몰려갔다. 군졸들은 민겸호 집 앞에서 창고지기와 부닥쳤다. 집으로 들어가 민겸호를 찾았지만 민겸호는 집에 없었다. 분노한 군졸들은 창고지기를 죽이고 창고에서 진귀한 물건들을 끄집어냈다. 한 군졸이 외쳤다. (계속)

“1전이라도 집어가는 자는 죽인다.”

폭도로 돌변한 군졸들은 재물들을 마당에 한꺼번에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재물들은 활활 타올랐고, 비단·주옥·패물들이 타면서 오색 불꽃이 나타났고, 인삼·녹용·사향노루가 타면서 나오는 향기는 몇 리 밖까지 퍼졌다. (황현 지음·허경진 옮김, 매천야록, p 79)

김세곤 segon53 @hanmail.net

<저작권자 © 호남미래포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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