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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 시대의 전염병과 재해 (23)

기사승인 2020.08.18  11: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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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1년 3월 10일 『실록』에는 함경도에 굶주리는 백성이 21,370여 명이었고, 2월27일 이후로 비와 눈이 잇따라 내리고 날씨가 추워서 밭이 얼어붙어 쟁기질을 할 수가 없었다.

전라도에는 전염병으로 죽은 자가 1,730여 명이었고 굶주리는 백성이 132,590여 명이었으며, 죽을 먹이는 곳이나, 도로에서 죽은 자가 1백 40여 명이었고 지난해 10월 이후로 각 고을의 죄수 중에 얼고 굶어 죽은 자가 130명이었다. (현종개수실록 1671년 3월 10일)

이 날 함경 감사 홍처후가 치계하였다.

"지난해의 흉년은 온 도내가 똑같습니다. 조금 곡식이 여물었다는 고을도 평년에 재해를 당했던 고을에 비하여 조금도 다를 것이 없으므로 올봄에 굶주리는 것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전세(田稅)로 낼 쌀·콩과 각사(各司)의 공물 값으로 낼 베와 각 사의 노비공(奴婢貢)으로 낼 쌀·베 등 부역을 일체 감면해 주소서." 이러자 비변사가 답하였다.

"해당 부서의 물력(物力)으로는 옮겨 채울 길이 없습니다.“

현종은 전세로 낼 쌀·콩만 반으로 줄이도록 하였다. (현종실록과 현종개수실록 1671년 3월 10일)

이 때 충청도에 굶주리는 백성이 66,420명이었다.(현종실록 1671년 3월 14일)

경기도에서도 2월 보름 이후로 전염병으로 죽은 자가 80여 인이었다. (현종개수실록 1671년 3월 15일)

함경도에도 굶주리는 백성이 21,370여 명이었는데 죽은 자가 매우 많았고, 경상도에도 굶주리는 백성이 115,670여명이었고, 전염병이 매우 심하여 전염 안 된 곳이 하나도 없고 밀보리도 모두 시들어 손상되었다. (현종개수실록 1671년 3월 16일)

한편 경기도에서 2월 보름날 이후로 굶주리는 백성이 45,600여명이었고 전염병으로 죽은 자가 80여 명이었고 불에 타죽은 자가 6명이었다. (현종개수실록 1671년 3월 17일)

이렇게 전염병이 대유행이었지만 조정은 속수무책이었다. 한편 전라도에는 2월 6일 이후로 큰 비가 잇따라 내려 밀보리가 손상되었고, 원양도(原襄道 강원도)에서 전염병으로 죽은 자가 70여 명이었다.

3월엔 굶주린 백성들이 도성으로 모여들어 모두 구호소에 나갔다가 밤에는 거리에서 자므로 나쁜 기운이 찌는 듯하여 서로 전염되어 며칠 동안 신음을 하다가 번번이 죽어 나갔다. 그리하여 문밖으로 실어내는 수레가 날마다 잇따랐는데, 그중에는 혹 귀신처럼 됐으나 목숨이 아직 붙어 있는 사람도 많이 섞여서 쌓인 시체 가운데에 들어갔다.

귀한 집이건 천한 집이건 독한 전염병이 두루 차서 마치 불이 치솟듯 하였으므로 일단 전염병에 걸린 자는 10명에 1명도 낫는 자가 없고 심지어는 온 가족이 몰살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놀라고 경황없이 허둥대는 것이 마치 병화(兵火)를 피하는 것 같았다. 그 경황의 비참함이 이러하였다.

의논하는 자가 ‘당초 도성 안에 구호소를 설치하였기 때문에 떠돌며 빌어먹는 자가 어지러이 모여서 이런 우환을 빚어내게 되었다.’고 하였다. (현종개수실록 1671년 3월 18일 3번째 기사)

3월 18일에 조정은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 기르는 법을 마련하였다. 이때 굶주린 백성이 쪼들린 나머지 그들의 자식들을 키우지 못하고 길에 버리거나 도랑에 던지는 일이 빈번하였다. 어느 날 임금 앞에서 이 일을 말한 자가 있자, 임금이 듣고 한참 동안 슬퍼하다가 드디어 이 명령을 내렸다. 현종은 한성부에 지시하여 한성부가 전담하여 길에 버러진 아이를 거두어 기르고, 아들을 삼든지 종을 삼든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였다. (현종개수실록 1671년 3월 18일)

이토록 1671년 3월의 조선 백성들의 삶은 지옥과 같았다.

김세곤 segon53 @hanmail.net

<저작권자 © 호남미래포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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