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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 시대의 전염병과 재해 (1)

기사승인 2020.04.01  1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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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에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지 보름이 지났다. 세계는 여전히 공포 자체이다. 각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지구촌의 삶이 멈췄다.

조선 시대에도 염병(染病)이 자주 창궐했다. 흔히 욕으로 쓰이는 ‘염병할…’은 조선시대에는 ‘죽음’을 뜻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전염병을 역질, 여역, 염병, 괴질 등으로 기록했다. 대표적인 것이 1670-1671년(현종 11년-12년)의 ‘염병’이다. 제18대 임금 현종(1641∼1674, 재위 1659~1674)은 인조의 둘째 아들 효종(1619∼1659 재위 1649~1659)의 큰아들로 병자호란으로 효종이 봉림대군 시절에 중국 심양에 볼모로 있을 때 태어났다.

현종 11년인 1670년(경술년) 2월부터 전염병이 크게 번지더니, 4월에는 가뭄이 지속되었고, 홍수와 기근, 소 우역까지 번졌다. 연말이 되자 다시 전염병이 번져서 1671년에는 기승을 부렸다.

그러면 현종 11년의 염병과 재해를 ‘현종실록과 현종개수실록’을 통해 살펴보자.

2월15일에 충청도에 염병이 크게 번져 죽은 자가 80여 명이었다.

윤 2월11일에는 평안도에서 전염된 자가 1천3백 명이었다. 3월 7일에는 경상도에서 1천 명이었다. 4월1일에는 충청도에서도 전염병으로 죽는 자가 연달았고, 4월5일에는 제주도에도 사망자가 나왔다.

엎친데 덮치게도 3월 중순부터 가뭄이 왔다.

현종은 4월9일에 가뭄 극복에 관해 대신들과 논의했다.

현종 : "여러 차례 기우제를 지내어 비록 조금 비가 내리기는 하였으나 농사에는 이익됨이 없으니 매우 염려가 된다."

우의정 허적 : 요즈음 내린 비로 밀 · 보리가 겨우 소생하였으나 파종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평안도에서 3월26일, 4월 6일, 7일에 서리·우박 피해가 생겼다. 이어서 4월8일, 9일에 경상도에 서리와 우박이 내렸고, 전라도엔 가뭄이 극심하여 보리가 마르고 모가 누렇게 탔다. 4월29일에는 평안도에 가뭄이 들었다. 자연재해가 잇따랐다.

5월2일에 현종은 이를 근심하며 하교하였다. 하교를 읽어보자.

"아, 내가 즉위한 이래로 천재와 지변이 달마다 생기고 가뭄과 수해가 서로 잇달아 밤낮으로 걱정하며 편안할 겨를이 없었는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가뭄이 더욱 참혹하여 봄부터 여름까지 들판이 모두 타버려서 밀 · 보리가 수확할 수 없게 되었고 파종도 시기를 놓치게 되었다. 가엾은 우리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아, 허물은 나에게 있는데 어째서 재앙은 백성들에게 내린단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미칠 것 같고 마음이 찢어지는 듯하다.

백성은 양식에 의지하고 나라는 백성에게 의지하는 법인데, 백성들이 곤궁을 당하고 있으니 장차 어찌해야 하겠는가. 가만히 생각건대,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마음이 급하다. 넓은 대궐이 무엇이 편안하겠으며 먹는 것이 무엇이 맛있겠는가.

오늘부터 정전(正殿)을 피해서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도리에 더욱 힘쓸 것이며, 자신을 꾸짖고 허물을 반성하여 조금이나마 하늘의 꾸지람에 답하려 한다. 승지는 나를 대신해서 교서를 지어서 널리 구언하도록 하여, 나의 부족한 바를 돕게 하라. 내가 덕이 없어 하늘에 죄를 얻었는데 여러 신료를 면려(勉勵)시키자니 실로 마음이 부끄럽다. 오늘날 인재가 비록 없다고는 하나 어찌 모두 쓸모없는 사람이겠는가. 아, 너희 대소 신료들은 사사로움을 버리고 공도(公道)를 따르며, 정성과 마음을 다하여 함께 공경하고 화합하라. 위아래가 서로 덕을 닦고 바로잡아 주면 어찌 조금이나마 도움이 없겠는가.

반찬 수를 줄이고 술을 금지하는 등의 일을 담당부서로 하여금 즉시 거행케 하고, 또한 이조로 하여금 인재를 발탁하게 하여 낮은 직위에 침체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현종은 재해가 발생한 것이 자기 탓이라고 반성했다. 그리고 신하들에게 널리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구언(求言)하면서, 신하들의 공도와 검소 그리고 화합을 당부했다.

(계속)

김세곤 segon53 @hanmail.net

<저작권자 © 호남미래포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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