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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寬容)과 대도(大道)의 선비, 면앙 송순

기사승인 2020.03.25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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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허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는 봄을 새와 무삼 하리오.


1545년 7월, 명종이 11세에 임금이 되자, 수렴청정한 문정왕후는 동생 윤원형에게 밀지를 내려 을사사화가 일어나고, 윤임 일파를 비롯한 많은 사림들이 희생당한다. 이 때 송순(宋純 1493∼1582)은 상춘가(傷春歌)를 짓는다.

상춘가는 봄을 슬퍼하는 노래이다. 을사사화로 인하여 화를 당한 사림들을 봄날 바람에 떨어지는 낙화에 비유하여 세상을 개탄한 노래이다. 꽃은 희생된 사림들이고, 바람은 간신배, 희짓는(심술부리는) 봄은 어수선한 세태를 말한다.

송순은 담양에서 태어났다. 그는 1519년 10월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이때 시험관이었던 조광조는 그의 문장이 무오사화로 희생된 탁영 김일손 이후 최고라고 칭찬하였다.

그런데 그해 11월에 기묘사화가 일어난다. 송순은 크게 낙담하며 사림들의 꿈이 가라앉는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시를 쓴다.

날은 저물고 달은 아직 돋지 않아
뭇 별이 다투어 반짝이는 저 하늘
산천의 기운은 가라앉아 가네.
그 누가 알랴, 이 속에서 홀로 아파하는 이 마음을.


1533년에 김안로가 권세를 잡자 송순은 담양으로 낙향한다. 김안로의 전횡을 간언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면앙정을 짓고서 자연을 벗 삼아 4년간을 지낸다.
어쩌면 송순은 타고난 벼슬 운이 있었나 보다. 1537년에 김안로가 사약을 받은 지 5일 만에 그는 홍문관 부응교에 제수된다. 이어 대사간 등 요직을 거쳐 1542년에 전라도 관찰사가 되는 등 승승장구한다.

다시 1545년 을사사화 시절로 돌아가자. 송순은 상춘가 때문에 화를 입을 뻔하였다. 어느 기생이 잔칫집에서 상춘가 노래를 불렀다. 이 잔치에는 윤원형 일파인 진복창도 참석하였다. 진복창은 이 노래를 불온 노래라고 하면서 기생에게 누구에게서 배웠는지를 추궁하였다. 다행히도 그 기생이 끝내 묵묵부답하여 송순은 화를 면하였다.

송순은 1550년에 대사헌 · 이조참판이 되었으나, 윤원형 일파인 진복창과 이기 등에 의하여 도리에 어긋난 논설을 편다는 죄목으로 충청도 서천, 평안도 순천, 수원 등으로 귀양을 간다. 그는 1년 반 후에 귀양에서 풀려나 1552년 3월에 선산도호부사가 되고, 이 해에 담양부사 오겸의 도움을 받아 면앙정을 다시 짓는다. 이 정자를 지은 후 그는 자연가를 읊는다.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 한간 지어내니
반간은 청풍이요 반간은 명월이라
강산은 드릴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면앙정


면앙정은 담양군 봉산면에 있다. 주차장에서 수십 계단을 올라가면 탁 트인 곳이 나오고 한 쪽에 정자가 있다. 정자 뒤는 벼랑이고 정자에서 바라보면 멀리 이어지는 산줄기들과 언덕 아래에 깔린 평야, 그리고 파란 하늘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자에 들어서면 맨 먼저 보이는 것은 면앙정 현판이다. 글씨는 당대의 명필 성수침이 썼다.
정자의 마루 왼편에는 송순의 <면앙정 삼언가>, 퇴계의 시와 김인후의 시가 함께 적힌 현판, 임억령과 고경명의 <면앙정 30영> 편액 등이, 다른 쪽 정자 마루에는 정조 임금이 호남 향시에 출제한 <하여 면앙정(荷與俛仰亭)> 어제(御題)와 송순과 소세양의 시, 기대승의 <면앙정기>등이 붙어 있다.

송순의 <면앙정 삼언가>를 읽어본다.

俛有地 仰有天
亭其中 興浩然
招風月 揖山川
扶藜杖 送百年


굽어보면 땅이요, 우러러보면 하늘이라
그 가운데 정자를 짓고 흥취가 호연하다.
바람과 달을 불러들이고, 산천을 끌어 들여
청려장 지팡이 짚고 백년을 보내네.


이 얼마나 담백하면서도 자연과 함께 노는 무위도가인가. 굽어보면 땅이요 우러러보면 하늘이라. 이 첫 구절에 정자의 이름을 ‘면앙정’이라 한 뜻이 담겨 있다. 원래 면앙(俛仰)은 맹자가 “하늘에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사람에게 굽어보아 부끄러움이 없는 것 (仰不怪於天, 俯不作於人)이 큰 즐거움”이라고 한 부앙(俯仰)을 조금 바꾼 것이다.

<맹자>책 「진심장(盡心章)」에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이 실려 있다. 부모가 살아계시고 형제들이 아무 탈 없이 잘 지내는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우러러보아도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굽어보아도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는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인재들을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면앙 송순. 그는 관용(寬容)과 대도(大道)의 선비였다. 그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이름이 해관(海寬)과 해용(海容)이었다. 두 아들의 뒤 글자를 합치면 관용이 된다.

이렇게 송순은 관용을 신조로 하늘에게도 사람에게도 진정 부끄러움 없는 대도(大道)의 길을 가고자 하였다.

김세곤 segon53 @hanmail.net

<저작권자 © 호남미래포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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