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소쇄원 유감(遺憾)

기사승인 2017.07.31  23:17:57

공유
default_news_ad2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 7월 초에 소쇄원을 찾았다. 소쇄원은 이름부터 의미심장하다. 소쇄(瀟灑)란 ‘명리(名利)를 탐하는 마음이 없이 맑고 깨끗하다’라는 뜻이다. 출처는 중국 제나라의 공치규(447~501)가 쓴 ‘북산이문(北山移文)’이다. 여기에 소쇄출진지상(瀟灑出塵之想 : 맑고도 깨끗하며 속세를 벗어난 고결한 사상)이란 말이 나온다.

 

‘북산이문’은 종산에 은거하다가 혜염 현령으로 조정에 출사한 주옹(周翁)이 임기를 마치고 다시 종산으로 은거하려 하자, 평소에 주옹의 출사를 못마땅하게 여긴 공치규가 신령의 말을 빌려 주옹이 종산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경고문이다.

 

소쇄원을 나 같은 속인(俗人)이 입장료 냈다고 구경해도 될까. 이런 생각을 하며 대숲 바람 부는 길을 걸었다.

 

#2. 대봉대, 오곡문을 지나 제월당(霽月堂)에 이르렀다. ‘제월당’이란 이름도 어렵다. ‘제월’은 광풍제월(光風霽月)에서 온 말로, 중국 송나라 때 명필 황정견이 주돈이(1017~1073)의 인물됨을 “가슴에 품은 뜻의 맑고 맑음이 마치 비가 갠 뒤 해가 뜨면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과 같고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도 같다”(胸懷灑落 如光風霽月)고 한데서 나온 말이다.

 

#3. 제월당은 소쇄처사 양산보(1503~1557)가 거처하며 독서하던 안채이다. 그는 1519년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능주에 유배된 후 사약을 받고 죽자 고향으로 내려와 평생 은거하였다.

 

양산보는 평소에 은일시인(隱逸詩人) 도연명(365~427)을 흠모하여 ‘귀거래사’와 ‘오류선생전’, ‘독산해경’을 즐겨 읽고 도연명 같은 삶을 살고자 했다.

 

그래서 제월당 방벽에 도연명의 시를 걸어놓았다. 이 사실은 양산보의 사돈인 하서 김인후(1510~1560)의 ‘소쇄원 글방에서 묵다’ 시(詩)에 나온다.

 

#4. 그런데 제월당 방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하지만 필자가 2007년에 ‘송강문학기행’ 글을 담양군청 홈페이지에 쓰면서 제월당을 방문했을 때는 방이 열려 있어 벽에 붙은 ‘귀거래사’ 한시를 보았다.

 

자, 돌아가자.(歸去來兮)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이미 내가 잘못하여 스스로 벼슬살이를 하였고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괴롭혔거늘 어찌 혼자 한탄하고 슬퍼만 하겠는가?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중략)

 

아, 이제 모든 것이 끝이로다! 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 어찌 마음을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리. 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스런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부귀는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오. 또 죽은 후에 천국에서 살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중략)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랴.

 

 

29세에 관리를 한 도연명은 몇 차례 벼슬하다가 41세에 팽택현령을 사직하면서 ‘귀거래사’를 썼는데 이는 세속과의 결별 선언문이기도 하다.

 

한편 양산보는 스승 조광조와 마찬가지로 북송의 성리학자 주돈이를 존경했다 한다. 그래서 주돈이가 쓴 ‘통서’와 ‘애련설’·‘태극도설’을 항상 글방에 간직하고 있었다 한다.

 

국화는 꽃 가운데 은일자요,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자이며,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라 하겠다. -애련설에서

 

#5. 7월 25일에 전라남도는 ‘남도문예 르네상스’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서화, 바둑, 종가문화, 문학, 판소리 등 12개 핵심 사업에는 전통정원도 포함되어 있다. 전통정원 발굴도 좋지만 소쇄원 제월당 방에 묻혔던 도연명·주돈이 스토리를 다시 깨우자. 제월당 방을 활짝 열어 젖히고 양산보가 방 벽에 붙였던 도연명의 ‘귀거래사’와 ‘음주’ 시, 주돈이의 ‘애련설’을 다시 붙이자.

 

그리하여 중국 관광객에게 은일시인 도연명과 유학자 주돈이를 이야기해 주자.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대표 정원 소쇄원의 세계화이다.

 

( 2016.8.4 남도일보)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 기자 honamff@naver.com

<저작권자 © 호남미래포럼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